← Back to the board

Community notes

ChatGPT를 쓰고 있지만, 써도 되는 걸까?

이젠 술도 못마심

“ChatGPT를 쓰고 있지만, 써도 되는 걸까?”

학생과 AI에 관해 이야기할 때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그 도구를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AI가 시간을 절약하고 어려운 개념을 설명해 주는 것을 반기면서도, AI가 자신을 대신해 일을 처리할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 걱정합니다.

마누엘라 파리노시와 클라우디오 멜키오르는 이탈리아 우디네대학교 학생 531명을 설문조사하고 60명을 인터뷰했습니다.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단순한 찬반 구도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은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 사용해도 되는지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었을까?

조사 당시 학생의 **69.7%**는 개인적인 활동이나 호기심, 오락을 위해 ChatGPT와 유사한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학업에 사용한다고 직접 답한 학생은 **40.9%**였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질문을 바꿔 AI를 과제의 어느 부분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묻자, 학업용 사용 경험은 **49.2%**로 높아졌습니다.

조사 결과 비율
개인 활동·호기심·오락에 사용 69.7%
학업에 사용한다고 직접 응답 40.9%
구체적인 과제 수행 방식을 통해 확인된 학업용 사용 49.2%
과제의 작은 부분에 사용 42.6%
과제의 상당 부분에 사용한 뒤 직접 검토·수정 6.2%

검증 없이 과제 전체를 AI에 맡겼다는 응답은 거의 없었습니다. 학생들의 대표적인 사용 방식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긴 글이나 학습 자료 요약
  •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 설명
  • 시험 전 연습문제와 모의문제 생성
  • 특정 과제나 연습문제 해결 보조
  • 프로그래밍 코드와 디지털 이미지 생성
  • 아이디어 탐색과 글의 구성 지원

이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40.9%와 49.2% 사이의 차이입니다.

연구진은 일부 학생이 AI 사용을 일종의 부정행위처럼 느껴 처음에는 축소해서 답했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설문이 대학의 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됐고, 당시 우디네대학교에는 AI 사용에 관한 공식 지침이 없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자신의 응답이 정말 익명인지, AI 사용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지 걱정했을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의도적인 은폐를 직접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보여줍니다.

허용되는 사용과 부정한 사용의 경계가 불분명하면, 학생들은 AI를 사용하면서도 그 사실을 편안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학생들은 금지보다 명확한 기준을 원했다

학생들의 태도는 생각보다 분명했습니다.

  • 80% 이상이 대학이 ChatGPT 사용을 규정하고 책임 있는 사용을 장려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 **80.5%**는 대학이 ChatGPT를 전면 금지하는 데 반대했습니다.
  • 과제와 시험에 AI를 사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의견도 다수였습니다.
  • 약 3분의 1은 AI 사용이 교육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학생들이 요구한 것은 무제한 허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전면 금지를 원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어떤 도움은 적절하고, 어떤 사용은 학습이나 학업 윤리를 해치는지 구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설문 당시에는 교수자의 대응이 그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 학생의 약 **85%**는 교수들이 생성형 AI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 수업에서 ChatGPT를 실제로 사용한 교수는 **6%**에 불과했습니다.
  • 학생들이 접한 설명도 구체적인 사용법보다 추상적인 윤리 이야기나 비판에 가까웠습니다.

학생들이 이미 AI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도, 정작 교실에서는 그 사용의 정당성과 범위를 거의 설명하지 않은 셈입니다.


믿지는 않지만, 나보다 잘한다고 느끼는 역설

학생들은 AI의 결과를 무조건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약 3분의 2는 AI가 만든 결과가 사람이 만든 결과를 대신할 수 있다고 봤지만, 그 결과가 정확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한 학생은 5명 중 1명보다 적었습니다.

그런데 약 3분의 1은 AI가 자신이 혼자 만든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답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역설입니다.

학생들은 AI가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능력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AI에 의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AI 답변을 믿지 마라”라는 경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학생에게는 AI의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 그리고 오류를 발견했을 때 최종 판단을 내릴 능력이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걱정한 것은 ‘답’보다 ‘사고 과정’이었다

60명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AI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AI는 시간을 줄여 주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며, 기존의 검색만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주제와 관점을 탐색하게 해 줍니다. 반복적인 작업을 맡기면 학생이 더 복잡한 문제와 높은 수준의 사고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편리함이 학습 과정을 비워 버릴 가능성도 보았습니다.

한 학생은 AI가 글을 완성해 주면, 그 글을 만들기 위해 필요했던 추론을 학생 자신은 수행하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자료를 찾고 출처를 비교하며 주제를 분석하는 방법 자체를 배우지 못할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학생들이 제기한 위험은 여러 층위에 걸쳐 있었습니다.

정확성과 신뢰

특히 수학처럼 엄밀성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AI의 부정확한 답변이 문제가 됐습니다. 일부 학생은 AI를 최종 해결책보다 보조 수단이나 확인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피상적인 이해

정리된 답을 바로 받으면 복잡한 내용을 스스로 해석하고 연결하는 경험이 줄어듭니다. 학생은 능동적인 학습자보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AI가 제시한 답을 하나의 정답처럼 받아들이면 생각이 획일화될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만들고, 주어진 답을 의심하고,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관계와 협업

AI가 필요한 설명과 답을 모두 제공하면 스터디 그룹이나 동료와 함께 배우는 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AI가 교사의 공감, 맥락에 맞춘 설명, 인간적인 관계를 완전히 대신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새로운 불평등

유료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지, AI를 효과적으로 다룰 디지털 역량이 있는지, 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얻는지에 따라 새로운 격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답을 얻는 행위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답을 만드는 동안 거쳐야 할 탐색, 비교, 판단, 추론의 과정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사회는 걱정하지만, 자신은 덜 위험하다고 느꼈다

학생들은 AI가 사회와 일자리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질문이 자신의 삶으로 가까워질수록 우려는 줄었습니다.

  • 자신의 미래 직업을 걱정한 학생: 약 40%
  • 자신의 교육을 걱정한 학생: 22%
  • 향후 일자리 상실을 강하게 우려한 학부생: 34.9%
  • 같은 우려를 보인 석사과정 학생: 23.4%
  • 같은 우려를 보인 박사과정 학생: 5.6%

연구진은 이러한 태도를 “문제는 존재하지만 나에게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거리감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AI의 사회적 영향에 무관심하다는 뜻이라기보다, 추상적인 위험을 자신의 학업과 진로에 구체적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세요” 다음에 필요한 설명

이 연구가 교육자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세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수업과 과제마다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1. 이번 과제에서 AI를 어디까지 사용해도 되는가?
    아이디어 탐색, 요약, 번역, 코드 작성, 문장 교정 중 허용되는 도움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2. 학생이 반드시 직접 해야 하는 사고는 무엇인가?
    문제 설정, 근거 선택, 분석, 해석, 최종 판단 중 무엇이 이 과제의 학습 목표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3. 학생은 AI의 결과 중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가?
    사실, 계산, 인용, 참고문헌을 어떤 원자료와 대조해야 하는지 알려 줘야 합니다.

  4. AI의 도움을 어떻게 밝혀야 하는가?
    사용한 도구와 목적, 주요 프롬프트, 수정하고 검증한 내용을 간단히 기록하게 할 수 있습니다.

  5. 실제로 배웠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완성된 결과물만 평가하기보다 초안의 변화, 구두 설명, 과정 기록, 수업 중 수행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공별 기준도 달라야 합니다. 프로그래밍에서 AI의 역할과 번역 과제에서의 역할, 글쓰기나 수학에서의 위험은 같지 않습니다. 연구진은 학문 분야에 맞는 지침을 마련하고, 학생의 피드백을 받으며 과제와 평가 방식을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 연구를 읽을 때 주의할 점

이 연구의 결과를 모든 대학생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수행한 연구입니다.
  • 응답자 가운데 공학·컴퓨터·ICT 계열 학생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 자발적으로 설문에 참여한 학생은 AI와 디지털 기술에 더 관심이 많았을 수 있습니다.
  • AI 사용과 태도는 학생의 자기보고에 근거했습니다.
  • 데이터는 ChatGPT 공개 약 1년 뒤인 2023년 말에 수집됐습니다.

또한 이 논문은 AI 사용이 실제로 학생의 비판적 사고나 창의성을 낮췄다는 인과관계를 측정한 연구가 아닙니다. 학생들이 그러한 가능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우려하는지를 조사한 연구입니다.

그럼에도 설문과 인터뷰를 함께 사용했다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설문은 AI가 얼마나 널리 사용되는지 보여 주고, 인터뷰는 학생들이 왜 그 도구를 유용하게 여기면서도 불편해하는지 설명합니다.

학생들의 답은 AI를 허용할지 금지할지만 결정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우리가 설계해야 하는 것은 AI를 쓰지 않는 교육이 아니라, AI가 있어도 학생이 반드시 거쳐야 할 사고와 학습의 과정입니다.


참고문헌

Farinosi, M., & Melchior, C. (2025). ‘I Use ChatGPT, but Should I?’ A Multi-Method Analysis of Students’ Practices and Attitudes Towards AI in Higher Education. European Journal of Education, 60(2), e70094.
https://doi.org/10.1111/ejed.70094

이 글은 논문 전문의 연구 설계, 정량 결과, 인터뷰 주제, 결론과 한계를 바탕으로 작성한 한국어 해설입니다. 논문 전문을 순서대로 축약 번역한 글은 아니며,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질문과 설명을 함께 재구성했습니다.

What people said 0

Be the first to reply.

Sign into leave a comment.